DDP 건축|자하 하디드가 서울을 하나의 흐르는 지형으로 만든 이유

ARCHIPICK · BUILDING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는 거대한 곡면 건물을 세운 프로젝트가 아닙니다.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는 전시장과 광장, 공원과 지하 보행로를 하나의 연속된 인공 지형으로 접어 동대문의 도시 흐름을 건축 안으로 끌어들였습니다.

ARCHITECT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국내 협력 SAMOO
LOCATION서울특별시 중구 을지로 281
OPENED2014년 3월 21일
FLOOR AREA86,574㎡

밤에 조명이 켜진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의 유선형 알루미늄 외피와 보행로

DONGDAEMUN DESIGN PLAZA · 2014건물과 공원, 도시의 움직임을 하나의 지형으로 접다
서로 다른 곡률과 타공을 가진 알루미늄 패널이 거대한 외피를 이루고, 그 아래로 보행 동선이 스며든다. 사진: lumoplank · Wikimedia Commons · CC0 1.0

DDP를 서울의 대표 랜드마크라고 부르는 일은 쉽습니다. 더 어려운 질문은 이 거대한 건물이 동대문에서 실제로 어떤 길이 되었느냐는 것입니다. 은색 외피보다 사람들이 지상과 지하를 오가며 만들어 내는 지름길을 먼저 보면, 조형물로만 보이던 DDP가 훨씬 생활적인 건축으로 바뀝니다.

동대문운동장 자리에 왜 새로운 ‘지형’을 만들었나

DDP가 들어선 곳에는 1926년 세워진 동대문운동장이 있었습니다. 운동장 기능이 약해진 뒤 축구장은 풍물시장과 주차장으로 쓰였고, 서울시는 이 일대를 공원과 디자인 산업의 거점으로 바꾸기 위한 국제설계공모를 열었습니다. 2007년 8월 당선안은 자하 하디드의 ‘환유의 풍경(Metonymic Landscape)’.

공사에 앞선 발굴에서는 한양도성과 조선시대 군사시설을 비롯한 문화유산이 확인됐습니다.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는 이를 건물 뒤에 전시하는 대신 공원·광장·도시를 잇는 구성의 중심에 놓았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DDP는 하나의 정면을 향해 서기보다 여러 높이의 길과 틈, 경사면이 역사공원과 상업지구를 향해 열립니다.

2007

‘환유의 풍경’ 당선

건물과 공원을 분리하지 않고 동대문의 여러 시간과 움직임을 연속된 풍경으로 엮은 안이 선정됩니다.

2009

공사 시작

발굴된 역사 유구를 설계에 통합하고 복잡한 곡면을 구현하기 위해 3차원 BIM 기반 시공이 본격화됩니다.

2014

DDP 개관

아트홀·뮤지엄·디자인랩과 광장·공원이 연결된 복합 문화시설로 3월 21일 문을 엽니다.

DDP 곡면 외피와 선큰 보행로, 주변 동대문 상업 건물이 함께 보이는 낮 풍경
DDP의 곡면은 주변 도시와 단절된 조각으로 끝나지 않고, 선큰 광장과 여러 높이의 보행로를 통해 동대문 상업지구로 이어진다. 사진: Dwxn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 16:9 크롭

‘환유의 풍경’은 곡선 모양보다 이동의 방식에 가깝다

DDP를 사진 한 장으로 보면 은빛 우주선 같은 외형이 먼저 들어옵니다. 형태보다 먼저 볼 것은 건축과 대지의 경계를 어느 지점에서 흐리게 했는가입니다. ZHA는 약 30,000㎡의 공원에 한국 전통정원의 중첩, 수평성, 안과 밖의 경계 흐림, 하나의 시점이 풍경을 독점하지 않는 구성을 재해석했다고 설명합니다.

지붕처럼 보이던 면이 잔디 언덕으로 이어지고, 광장은 건물 아래로 내려가며, 외부 경사로는 실내 프로그램의 높이와 다시 만납니다. 방문자는 문 하나를 통과하는 대신 도시의 바닥이 접히고 갈라지는 틈을 따라 건축 안으로 들어갑니다. 그래서 DDP의 입면은 한 장면에 고정되지 않고 걷는 위치와 빛에 따라 계속 달라집니다.

약 30,000㎡건축과 연결해 전통정원의 공간 개념을 재해석한 공원
45,133장곡률·색상·타공·분절을 달리한 알루미늄 외장 패널
35m메가트러스와 메가컬럼이 지지하는 최대 캔틸레버

DDP 은빛 곡면 지붕과 잔디 공원이 연속해서 이어지는 모습
잔디와 낮은 은빛 외피가 같은 수평선 안에 놓이면서 공원과 건물의 경계가 흐려진다. 사진: Tristan Surtel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 16:9 크롭

저는 DDP의 평면이 재미있지만 친절하다고 보기는 어렵죠. 여러 흐름이 겹쳐 뜻밖의 장면을 만들지만 초행자는 목적지 방향을 한 번에 읽기 힘들기 때문입니다. 여러 흐름이 겹치면서 뜻밖의 공간을 만나는 즐거움이 생기지만, 처음 온 사람은 목적지의 방향을 단번에 읽기 어렵습니다. 자유로운 동선이 쉬운 길 찾기까지 보장하지는 않습니다. 이 간극이 DDP의 매력인 동시에 약점이죠.

평면은 여러 흐름이 만나는 네트워크다

DDP의 아트홀, 뮤지엄, 디자인랩은 서로 다른 운영 영역이지만 하나의 큰 외피와 광장 체계 안에서 연결됩니다. 평면에서는 각 실의 외곽선보다 어울림광장, 선큰 공간, 외부 경사로와 내부 통로가 어떤 높이에서 만나고 갈라지는지 살펴보는 편이 낫습니다. 길찾기가 쉽지만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단일 복도와 직각 교차로 대신 방향이 계속 바뀌는 복합 동선이 사용되기 때문입니다.

아래 그림은 원본 평면이나 단면을 복제하지 않고 DDP의 핵심 관계만 정리한 아키픽 해설도입니다. 실제 공간 배치와 곡면의 형태는 바로 다음에 연결한 Zaha Hadid Architects 제공 평면도와 단면도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ARCHIPICK EXPLANATORY SECTION 도시 바닥을 접어 만든 문화 지형 아트홀 뮤지엄 디자인랩 공원·지붕·외부 경사로 광장과 도시 보행 비실측 해설도 · NOT TO SCALE · 실제 평면과 단면은 아래 외부 원문에서 확인

아키픽 비실측 해설도 · NOT TO SCALE공원·광장·프로그램·보행의 관계만 설명하며 실제 설계·측량 도면이 아닙니다.

패널의 정밀함은 분명 대단합니다. 그러나 복잡한 외피는 완공 사진에서 끝나는 기술이 아닙니다. 오염과 손상, 교체 비용을 오랜 시간 감당할 수 있어야 공공건축의 성취로 남습니다. 멋진 곡면을 칭찬할수록 유지관리의 현실도 같은 크기로 물어야 합니다.

45,133장의 패널 뒤에는 데이터가 있었다

DDP는 국내 공공 프로젝트에서 3차원 BIM을 설계와 시공 관리에 본격적으로 활용한 초기 사례입니다. 3차원 모델은 보기 좋은 곡면을 그리는 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구조·설비·법규·원가·현장 조건을 같은 좌표 안에서 조정하고, 외장 패널을 제작할 수 있는 데이터로 바꾸는 생산 시스템 역할을 했습니다.

외피에는 45,133장의 알루미늄 패널이 사용됐고, 14개 패턴 안에서 색상과 타공, 곡률과 분절이 달라집니다. 각 패널에는 고유 식별번호가 부여됐습니다. 큰 무주 공간과 최대 35m 캔틸레버는 메가컬럼·메가트러스가 담당하고, 지붕 곡면은 삼각형 강관 부재로 짠 스페이스프레임이 지지합니다. 매끈한 표면 뒤에는 촘촘한 구조와 제작 정보가 숨어 있습니다.

빛과 타공 무늬가 드러난 DDP 곡면 알루미늄 패널 외피의 야간 디테일
패널의 이음선은 곡면을 잘게 나눈 제작 좌표이고, 서로 다른 타공은 밤이 되면 빛의 밀도를 조절하는 표면이 된다. 사진: lumoplank · Wikimedia Commons · CC0 1.0

DDP에서 BIM은 자유곡면을 그리는 도구에 그치지 않았습니다. 설계 의도를 구조, 설비, 원가, 패널 제작 정보와 맞춰 실제로 지을 수 있게 만드는 공동 작업의 기준이었습니다.

실내 전시실보다 건물 사이의 비어 있는 길이 더 오래 쓰인다는 점은 꽤 설득력 있습니다. 프로그램이 없는 여백이 산책과 대기, 통과를 받아들이면서 DDP를 행사장 하나보다 도시의 통로에 가깝게 만듭니다. 다만 규모가 큰 만큼 행사가 없을 때는 그 여백이 활기보다 공허함으로 읽힐 수도 있습니다.

DDP에서 오래 쓰이는 방은 건물 사이의 빈 공간이다

DDP의 인상은 전시실 안에서만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거대한 외피 아래 비워진 광장, 몸을 낮추듯 내려가는 선큰 동선, 건물 사이로 잘린 하늘이 장소의 스케일을 결정합니다. 낮에는 외피가 주변 상업 건물의 색과 하늘을 받아들이고, 밤에는 타공 패널과 조명이 표면의 깊이를 드러냅니다.

이 공간은 행사가 없는 날에도 통과와 만남을 수용합니다. 곡면이 사람을 한 방향으로 밀어내는 대신 여러 갈래의 길을 만들고, 넓은 비움은 패션쇼·전시·휴식처럼 서로 다른 사용이 들어올 여지를 남깁니다. DDP가 단일 용도의 전시장보다 도시 인프라에 가까운 이유입니다.

DDP의 거대한 곡면 외피 아래 열린 광장을 걷는 가족과 야간 도시 풍경
거대한 외피가 땅에서 들린 아래쪽 공간은 사람들이 건물을 가로질러 걷거나 잠시 머무는 통로와 쉼터로 쓰입니다. 사진: Hyunmin Oh · Wikimedia Commons · CC BY 3.0 · 16:9 크롭

‘역사와 미래의 연결’이라는 문장은 너무 매끈해서 오히려 조심스럽죠. 유구를 남긴 결정과 기존 운동장 풍경을 크게 바꾼 결정은 동시에 존재합니다. 제 생각에는 DDP의 가치를 성공과 실패 중 하나로 정리하기보다, 보존과 개발의 충돌을 지금도 드러내는 건축으로 읽는 편이 더 정직합니다.

역사와 미래를 연결했다는 설명만으로 끝낼 수 없는 이유

DDP는 발굴된 성곽과 문화유산을 공원과 건축 구성에 통합했고, 오늘날 동대문의 강한 도시 이미지를 만든 공공문화시설입니다. 동시에 동대문운동장 철거, 풍물시장 상인의 이동, 계획 과정에서 시민 참여가 충분했는지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습니다. SPACE의 2024년 특집이 지적하듯, 설계가 유물을 보존했다는 사실과 그 자리에 축적된 생활사의 단절은 같은 문제가 아닙니다.

이 양면을 함께 볼 때 DDP는 더 흥미로워집니다. 완성된 외형을 미래의 상징으로만 소비하는 대신, 어떤 역사를 남기고 어떤 기억을 바깥으로 밀어냈는지 묻는 순간 공공건축의 책임까지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좋은 건축 해설은 건물의 기술적 성취와 도시적 비용을 동시에 살피는 데서 시작합니다.

현장에서 확인할 다섯 가지

  1. 한 지점에서 정면을 찾으려 하지 마세요. 어울림광장에서 공원 쪽으로 걸으며 외피가 어떻게 다른 입면으로 바뀌는지 보세요.
  2. 패널의 이음과 타공 밀도를 비교하세요. 같은 은빛 표면처럼 보여도 곡률과 천공 패턴이 위치에 따라 달라집니다.
  3. 선큰 광장과 지상 보행로의 높이 차를 느껴보세요. DDP의 평면은 여러 층의 길이 서로 교차하는 네트워크입니다.
  4. 역사 유구와 새 건축 사이의 거리를 걸어보세요. 과거가 전시물로만 남았는지 도시 동선의 일부가 됐는지 스스로 판단해볼 수 있습니다.
  5. 낮과 밤의 외피를 비교하세요. 반사와 그림자가 주인공인 낮과 타공·조명이 표면을 여는 밤은 같은 건물을 다르게 보이게 합니다.

저라면 DDP를 외벽이나 유명 촬영 지점보다 사람들이 잠깐 멈추는 곳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길을 헤매는 곳과 자연스럽게 통과하는 곳을 함께 보면 설계 의도와 실제 도시 생활이 어디서 맞고 어긋나는지 더 선명하기 때문입니다. 화려한 패널보다 이 관찰이 건물의 장단점을 훨씬 정직하게 보여줍니다.

1분으로 보는 DDP

공원과 건물이 하나로 이어지는 지형, 45,133장의 알루미늄 패널과 건물 아래의 열린 광장을 아키픽 쇼츠에서 먼저 확인해보세요.

유튜브에서 아키픽 쇼츠 보기 →

DDP 건축 FAQ

DDP는 누가 설계했나요?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가 설계했고, 자하 하디드와 파트릭 슈마허가 디자인 파트너로 참여했습니다. 국내 협력 건축사는 SAMOO Architects & Engineers입니다.

DDP는 언제 완공되고 개관했나요?

공사는 2013년 11월 완료됐고, 2014년 3월 21일 개관했습니다. 설계공모 당선은 2007년 8월입니다.

DDP에 곡선이 많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곡선을 장식하기 위해서라기보다 건물·공원·광장·도시 보행을 하나의 연속된 지형으로 연결하려는 ‘환유의 풍경’ 개념에서 출발했습니다.

DDP 외장 패널은 정말 모두 다른가요?

공식 수량은 45,133장이며 14개 패턴을 바탕으로 색상, 타공, 곡률과 분절이 달라집니다. 제작과 설치를 위해 각 패널에는 고유 식별번호가 부여됐습니다.

DDP 실제 평면도와 단면도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본문의 ‘실제 도면 확인하기’에서 Zaha Hadid Architects 제공 평면도와 단면도가 공개된 ArchDaily 원문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아키픽은 저작권이 있는 원본을 복제하지 않고 링크로 제공합니다.

자료와 사진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