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자하 하디드가 광장을 건물로 접어 올린 이유

ARCHIPICK · BUILDING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는 곡선 외피를 씌운 거대한 문화시설이 아닙니다.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는 바쿠의 광장을 들어 올려 벽과 지붕, 로비와 전시 공간으로 이어지는 하나의 연속된 지형을 만들었습니다.

ARCHITECT자하 하디드 아키텍츠
LOCATION아제르바이잔 바쿠
헤이다르 알리예프 대로 1번지
OPENED2012년 5월 10일
FLOOR AREA약 57,500㎡
AKT II 집계

넓은 잔디 광장 위로 솟아오르는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의 흰색 곡면 외피

HEYDAR ALIYEV CENTRE · 2012광장이 솟아 벽과 지붕, 실내가 되다
잔디와 포장면에서 시작한 낮은 곡면이 서서히 높아지며 건물의 외피가 된다. 사진: Avisadehh · Wikimedia Commons · CC0 1.0

사진 한 장만 보면 흰 곡면이 모든 설명을 끝낸 듯 보이죠. 그런데 제 눈에는 광장이 들리기 시작하는 낮은 접점이 더 흥미롭습니다. 거대한 건물의 높이를 그 지점에서 잠시 사람의 보폭으로 낮춰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 프로젝트의 힘은 물체의 모양보다 광장이 서서히 들려 건물이 되는 과정에 있습니다. 어디까지가 땅이고 어디부터가 외벽인지 바로 구분되지 않는 그 순간이, 거대한 규모를 의외로 가볍게 보이게 합니다.

1. 바쿠는 왜 ‘흐르는 땅’을 선택했나

아제르바이잔 정부는 2007년 국제설계공모를 거쳐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를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의 설계자로 선정했습니다. 박물관과 도서관, 전시 공간, 약 1,000석 오디토리엄을 한곳에 모아 국가 문화 프로그램의 중심을 만들려는 프로젝트였습니다. 2007년 시작, 2012년 완공과 5월 10일 공식 개관.

당시 바쿠에는 소비에트 시기의 도시계획과 축선, 무겁고 수직적인 공공건축이 강하게 남아 있었습니다. ZHA는 그 질서에 또 하나의 정면과 기단을 더하는 대신 지면이 솟고 갈라지며 사람을 맞이하는 수평적 풍경을 제안했습니다. 멀리서 보이는 흰 곡선보다 먼저 읽어야 할 것은 자하 하디드 건축이 건물과 공원을 나누는 경계를 어떻게 지웠는가입니다.

2007

국제공모와 기공

ZHA가 설계자로 선정되고 9월 10일 기공식을 열며 프로젝트가 시작됩니다.

2012

완공과 공식 개관

5월 10일 문을 열어 공연·전시·박물관·도서관을 담는 복합문화센터로 운영됩니다.

2014

Design of the Year

런던 디자인 뮤지엄의 올해의 디자인 대상을 받으며 건축적 성취와 정치적 맥락이 함께 논쟁됩니다.

바쿠의 도로와 아파트, 잔디 광장 사이에 놓인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전경
낮은 공원과 주변 도로, 소비에트 이후의 도시 조직 사이에서 센터의 흰 곡면은 독립된 조각이면서 동시에 새로운 지표면으로 보인다. 사진: Francisco Anzola · Wikimedia Commons · CC BY 3.0 · 16:9 크롭·톤 보정

경계를 흐린 진입은 정면 하나만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죠. 반대로 입구와 목적지를 즉시 알아야 하는 사람에게는 넓은 곡면이 친절한 표지판 역할을 해주지 못합니다. 흐르는 공간이 아름답다는 평가와 길 찾기가 쉽다는 평가는 따로 해야 합니다.

2. 광장과 건물의 경계가 사라지면 입구도 하나가 아니게 된다

설계의 출발점은 외부 광장의 표면입니다. 평평하게 이어지던 바닥이 물결처럼 솟아 지붕이 되고, 갈라진 틈은 입구와 채광면이 되며, 다시 내려앉은 면은 사람을 다른 높이의 프로그램으로 안내합니다. ZHA가 말한 굴곡, 분기, 접힘과 변곡은 곡선 모양을 꾸미는 어휘보다 사람을 맞고 방향을 잡아주는 동선 장치에 가깝습니다.

기존 부지는 큰 단차로 둘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설계팀은 이를 정밀한 테라스 경관으로 바꿔 광장과 건물, 지하주차장을 연결했습니다. 덕분에 방문자는 높은 기단에 올라 정면 문을 통과하기보다 공원의 바닥을 걷다가 자연스럽게 건물의 틈으로 들어갑니다. 건축과 도시경관, 안과 밖, 형상과 바탕의 구분이 동시에 흐려집니다.

약 57,500㎡AKT II가 밝힌 문화센터의 바닥면적
약 1,000석공연과 회의를 수용하는 주 오디토리엄
3개 핵심 프로그램박물관·도서관·오디토리엄을 묶은 복합 구성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떨어뜨린 뒤 큰 지붕 아래에서 다시 연결한 판단은 조형보다 실용적인 대목입니다. 곡선이 방의 모양을 흔드는 데서 멈추지 않고 이동의 순서를 정할 때 비로소 설득력이 생깁니다. 다만 동선의 장면이 너무 강하면 공연이나 전시보다 건축 자체가 앞에 나설 위험도 있습니다.

3. 평면은 세 프로그램을 나누고, 단면은 하나의 지형으로 다시 묶는다

센터에는 박물관과 임시전시 공간, 도서관과 미디어 영역, 오디토리엄과 다목적 홀이 들어갑니다. 운영상 서로 나뉘어야 하는 프로그램은 평면에서 각자의 영역을 갖지만, 거대한 로비와 경사 동선, 외피 안쪽의 빈 공간이 다시 연결합니다. 그래서 이 건물은 평면만 보면 여러 시설의 집합이고, 단면으로 보면 광장에서 꼭대기까지 이어지는 하나의 연속 공간입니다.

아래 그림은 원본 도면을 복제하지 않고 광장·로비·오디토리엄·박물관·도서관의 높이 관계만 정리한 아키픽 해설도입니다. 실제 배치와 실 구획은 바로 다음에 연결한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도면 원문, 즉 ZHA 제공 지상층 평면도와 배치도·종단면, A-A 단면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ARCHIPICK EXPLANATORY SECTION 광장이 솟아 실내를 감싸는 연속 지형 박물관·전시 오디토리엄 도서관 도시 광장 외피·지붕·내부 동선 비실측 해설도 · NOT TO SCALE · 실제 평면과 단면은 아래 외부 원문에서 확인

아키픽 비실측 해설도 · NOT TO SCALE광장·외피·프로그램의 관계만 설명하며 실제 설계·측량 도면이 아닙니다.

곡면 천장과 경사 동선, 유리 외벽이 이어지는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의 밝은 아트리움
아트리움에서는 바닥과 벽, 천장의 경계보다 빛과 동선의 연속성이 먼저 읽힌다. 사진: Mahmoodrezamo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 16:9 크롭·톤 보정

개인적으로는 매끈한 표면보다 그 표면을 가능하게 한 구조의 불균형이 더 흥미롭습니다. 겉에서는 힘의 방향이 지워져 있지만 내부에는 서로 다른 구조가 복잡하게 역할을 나눕니다. 기술을 완전히 감춘 결과가 우아해 보이는 만큼, 건축의 어려움이 너무 쉽게 소비되는 면도 있습니다.

4. 매끈한 곡면 아래에는 150m 트러스와 콘크리트 코어가 숨어 있다

형태가 부드럽다고 구조까지 하나의 얇은 껍질인 것은 아닙니다. 센터는 철근콘크리트 구조와 강철 스페이스프레임이 협력하는 복합 시스템입니다. 대형 무주공간을 만들기 위해 수직 구조를 외피와 커튼월 안으로 흡수했고, 서쪽에는 곡선형 부트 컬럼, 동쪽에는 캔틸레버를 받치는 테이퍼 보가 사용됐습니다.

구조 엔지니어 AKT II에 따르면 주요 트러스는 길이 150m, 높이 최대 70m이고 약 9m 간격으로 배치됩니다. 일부는 최대 45m를 가로지릅니다. 도서관의 8층 콘크리트 구조와 수직 코어가 횡방향 안정성을 맡고, 고정·슬라이딩 지지는 지진과 온도 변화에서 생기는 변형을 분산합니다. 자유곡면은 즉흥적으로 그은 선이 아닙니다. 반복 계산과 지지 조건을 조정한 결과죠.

150m주요 트러스의 길이
최대 70m트러스가 솟아오르는 높이
최대 45m대공간을 가로지르는 경간

흰색 계단과 곡면 발코니, 높은 유리창이 연결된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내부 홀
기둥이 눈앞을 잘게 나누지 않는 내부에서 계단과 발코니가 독립된 물체보다 하나의 연속된 표면처럼 보인다. 사진: Mahmoodrezamo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 16:9 크롭·톤 보정

이 건물의 유동성은 콘크리트 코어, 장경간 트러스, 스페이스프레임이 서로 다른 역할을 정밀하게 나눠 맡은 결과입니다.

이음선을 없애려 하기보다 일정한 흐름으로 정리한 선택은 현실적이죠. 완벽하게 매끈한 환상을 고집했다면 시공과 보수는 더 어려워졌을 겁니다. 여기서는 작은 선들이 오히려 거대한 곡면의 크기와 방향을 읽게 해줍니다.

5. 패널의 이음선은 움직임을 보여주는 눈금이다

외피에는 유리섬유강화콘크리트(GFRC)와 유리섬유강화폴리에스터(GFRP)가 사용됐습니다. ZHA 프로젝트 자료는 GFRP 패널 13,000장과 GFRC 패널 3,150장을 제시합니다. 서로 다른 기능과 곡률을 한 표면처럼 보이게 하려면 각 패널을 제작·운반·조립할 수 있는 크기로 합리화해야 했습니다.

패널의 이음선은 그 생산 논리를 숨기지 않습니다. 처짐과 풍하중, 지진과 온도 변화에 대응하는 틈이면서 동시에 건물의 거대한 규모를 사람이 읽을 수 있는 리듬으로 나눕니다. 낮에는 흰 표면과 반사 유리가 바쿠의 강한 빛을 받고, 밤에는 내부 조명이 유리면과 외피의 접힘을 드러내며 같은 건물을 다른 깊이로 보이게 합니다.

내부 조명으로 유리면과 흰 곡면 외피가 강조된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야경
밤이 되면 반투명한 유리면은 내부 층과 활동을 보여주고, 흰 외피는 빛을 받은 접힌 막처럼 도시에서 떠오른다. 사진: lumoplank · Wikimedia Commons · CC0 1.0 · 16:9 크롭·톤 보정

건축적 완성도와 국가 기념사업의 정치성은 어느 한쪽을 지운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형태만 칭찬하면 건물이 만들어진 권력의 맥락을 놓치고, 정치적 배경만 보면 공간과 구조의 성취를 설명하지 못합니다. 이 불편한 두 평가를 함께 두는 편이 작품을 영웅화하는 것보다 낫습니다.

6. 눈부신 국가 상징을 건축적 성취만으로 읽을 수 없는 이유

센터는 2014년 런던 디자인 뮤지엄의 Design of the Year 대상을 받았습니다. 광장과 건물을 하나의 표면으로 묶은 공간 개념, 장경간 구조와 디지털 제작을 결합한 기술은 자하 하디드의 후기 작업을 대표하는 성취로 평가받았습니다. 동시에 이 건물은 전 대통령 헤이다르 알리예프의 이름과 유산을 국가적으로 기념하는 기관입니다.

수상 당시에는 바쿠의 국가 이미지 사업, 재개발 과정의 강제퇴거와 노동권 문제를 둘러싼 비판도 크게 제기됐습니다. 개별 보도의 범위와 책임 소재는 구분해서 읽어야 하지만, 건축의 미학을 후원 체계와 분리할 수 없다는 질문은 남습니다. 기술적으로 뛰어난 건물과 그것을 가능하게 한 정치적 목적을 동시에 보는 것이 이 장소를 더 정확하게 이해하는 방법입니다.

현장에서 확인할 다섯 가지

  1. 정면보다 바닥을 먼저 보세요. 광장 포장과 잔디가 어느 지점에서 외피로 바뀌는지 따라가면 설계 개념이 선명해집니다.
  2. 세 프로그램의 입구를 비교하세요. 박물관·도서관·오디토리엄이 하나의 로비 체계 안에서 어떻게 갈라지는지 살펴보세요.
  3. 패널 이음의 방향을 읽어보세요. 선들은 곡률과 크기, 제작 가능한 단위를 드러내는 건물의 눈금입니다.
  4. 기둥이 사라진 자리를 찾으세요. 대공간 가장자리와 코어, 곡면 벽 안에 구조가 어떻게 흡수됐는지 추측해볼 수 있습니다.
  5. 낮과 밤의 유리면을 비교하세요. 낮에는 반사가, 밤에는 내부의 층과 활동이 건물의 표정을 결정합니다.

저라면 흰 곡선을 외우기보다 바닥이 들리기 시작하는 지점을 기억하겠습니다. 다른 건물도 유사한 외피를 흉내 낼 수 있지만, 도시의 광장을 실내 동선으로 이어 붙인 판단이야말로 이 프로젝트를 오래 남게 하는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7. 1분으로 보는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광장이 건물로 접혀 올라가는 장면과 흰 곡면 외피, 바쿠의 새로운 지표면이 된 건축을 아키픽 쇼츠에서 먼저 확인해보세요.

유튜브에서 아키픽 쇼츠 보기 →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 FAQ

헤이다르 알리예프 센터는 누가 설계했나요?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가 설계했으며 자하 하디드와 파트릭 슈마허가 디자인을 이끌었습니다. 구조 설계에는 AKT II 등이 참여했습니다.

센터는 언제 완공되고 개관했나요?

ZHA와 AKT II의 프로젝트 기록은 2007년부터 2012년까지로 제시하고, 공식 개관일은 2012년 5월 10일입니다. ArchDaily의 프로젝트 정보에는 2013년으로 표기돼 있어 출처별 기준이 다르지만, 아키픽은 설계사와 구조사의 1차 기록 및 공식 개관 기록을 따릅니다.

왜 곡선이 이렇게 많은가요?

곡선을 장식하기 위해서라기보다 외부 광장이 솟아 벽·지붕·실내 동선이 되는 연속된 지형을 만들기 위해서입니다. 입구와 프로그램, 높이 차를 하나의 표면으로 연결합니다.

건물 전체가 콘크리트 껍질인가요?

아닙니다. 철근콘크리트 구조와 강철 스페이스프레임이 함께 작동하고, 외부에는 GFRC와 GFRP 패널이 설치됐습니다.

실제 평면도와 단면도는 어디서 볼 수 있나요?

본문의 ‘실제 도면 확인하기’에서 Zaha Hadid Architects가 제공한 지상층 평면도, 배치도·종단면, A-A 단면이 공개된 ArchDaily 원문으로 이동할 수 있습니다.

자료와 사진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