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다 파밀리아|가우디는 왜 성당 안에 숲을 만들었을까

ARCHIPICK · BUILDING

사그라다 파밀리아에서 제일 궁금한 건 높은 탑보다 그 아래의 기둥입니다. 내부 사진을 보면 굵은 기둥이 위로 올라가며 여러 갈래로 나뉘어 천장을 받칩니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만들었을까요? 가우디가 숲을 좋아했다는 이야기만으로는 조금 부족합니다. 천장을 받치는 일과 빛을 들이는 일을 함께 풀었다고 보면, 이 낯선 모양이 꽤 납득됩니다. 저는 그 부분이 이 성당을 오래 들여다보게 만드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ARCHITECT안토니 가우디
이후 여러 세대가 공사 계승
LOCATION스페인 바르셀로나
Carrer de Mallorca 401
CONSTRUCTION1882년 착공
1883년 가우디 참여
USE가톨릭 바실리카
전체 공사는 진행 중
사그라다 파밀리아의 높은 기둥 사이로 제단을 향해 이어지는 중앙 통로와 의자에 앉은 방문객들
SAGRADA FAMÍLIA · BARCELONA기둥 위에서 가지가 갈라지는 성당
회중석과 제단 위로 이어지는 기둥. 아래쪽 사람들과 비교하면 실내의 크기를 가늠할 수 있다. 2014-08-24 촬영 · 사진: Ludwig Bickel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 크롭·WebP 최적화

나무처럼 생긴 기둥에는 받쳐야 할 무게가 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구조를 이해할 때는 위에서 아래로 보는 편이 쉽습니다. 공식 실내 안내서는 천장과 지붕, 중앙의 탑에서 내려오는 하중이 기울어진 가지와 기둥을 거쳐 기초로 전달된다고 설명합니다. 기둥은 아무 방향으로 뻗은 장식이 아닙니다. 위쪽에서 받쳐야 하는 지점과 아래쪽의 지지점을 연결한 결과에 가깝습니다. 공식 실내 안내서의 기둥·하중 설명

그 덕분에 벽은 무게를 받치는 역할을 덜고 빛이 들어오는 면으로 열릴 수 있습니다. 위로 갈수록 기둥이 갈라지니 바닥에서부터 굵은 기둥을 끝없이 늘어놓을 필요도 줄어듭니다. 물론 실제 구조에는 여러 부재가 함께 일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가지 몇 개만으로 성당 전체가 버틴다고 단순하게 이해하면 곤란하죠.

제 눈에는 나무를 닮았다는 모양보다 이 받치는 방식이 더 설득력 있습니다. 아래에서는 사람들이 움직일 자리를 남기고, 위에서는 천장을 여러 곳에서 받쳐야 한다는 요구가 모양에 드러나기 때문입니다. 굵은 기둥이 끝까지 같은 두께로 올라갔다면 천장이 지금보다 꽉 막혀 보였을 겁니다. 가지 사이에 남은 틈까지 같이 봐야 이 기둥의 매력이 보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바닥에서 수직으로 올려다본 가지처럼 갈라지는 기둥과 반복되는 천장 채광구
천장을 올려다본 모습. 기둥이 갈라지는 위치와 위쪽의 채광구를 함께 볼 수 있다. 2016-08-20 촬영 · 사진: Avda · Wikimedia Commons · CC BY-SA 3.0 · 크롭·WebP 최적화

다만 곡면이 많다고 해서 만들기도 수월한 구조는 아닙니다. 기둥의 형상과 접합부를 정확히 맞추는 과정이 필요하고, 단순한 직선 기둥보다 설명하고 확인할 것도 많아집니다. 멋진 모양이니 다른 건물에도 그대로 쓰자는 결론은 선뜻 내리기 어렵습니다. 이 성당이 요구한 높이와 공간에 맞춰 선택한 방법으로 보는 편이 좋겠습니다.

ARCHIPICK · BRANCHING COLUMNS 위에서는 여러 곳을, 아래에서는 한곳을 빛이 들어올 틈 빛이 들어올 틈 기둥을 거쳐 기초로 주황 화살표: 무게가 아래로 전달되는 방향 비실측 해설도 · NOT TO SCALE · 실제 부재 배치와 다름
아키픽 비실측 해설도 · NOT TO SCALE가지형 기둥의 역할을 설명하려고 새로 그린 개념도입니다. 성당의 실제 기둥 위치·각도·접합부를 옮긴 도면이나 구조 계산도가 아닙니다.

같은 기둥이 사진마다 다른 색으로 보이는 이유

내부 사진을 보다 보면 같은 기둥이 어떤 장면에서는 푸르게, 다른 장면에서는 붉게 보입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통과한 빛이 실내 표면에 닿기 때문입니다. 현재의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에는 1999년부터 참여한 작가 조안 빌라그라우(Joan Vila-Grau)의 역할이 큽니다. 지금 보이는 색유리까지 전부 가우디가 직접 만든 것처럼 설명해서는 안 됩니다.

공식 안내는 아침빛을 받는 탄생 파사드 쪽의 푸른색·초록색 계열과, 오후빛을 받는 수난 파사드 쪽의 노란색·주황색·붉은색 계열을 구분합니다. 빛이 어디서 들어오는지에 따라 실내 인상이 달라지도록 한 구성입니다. 다만 사진의 색은 날씨와 촬영 시각, 노출 설정에도 영향을 받습니다. 특정 시간에 가면 언제나 똑같은 장면이 보인다는 약속은 할 수 없죠. 공식 스테인드글라스 해설

사그라다 파밀리아 내부의 파란색과 초록색 스테인드글라스 창, 앞쪽 기둥에 번지는 따뜻한 빛
조안 빌라그라우의 푸른색·초록색 스테인드글라스와 기둥에 번지는 빛. 2023-06-04 촬영 · 사진: Smiley.toerist · Wikimedia Commons · CC BY-SA 4.0 · 크롭·WebP 최적화

창 자체보다 그 빛이 기둥의 둥근 면에 번지는 장면이 좋습니다. 색을 칠한 벽이라면 언제 봐도 같은 자리에 같은 색이 남겠지만, 여기서는 빛의 방향이 달라지면 기둥의 표정도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구조를 먼저 세우고 조명을 나중에 붙인 공간과는 다른 재미가 있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다 봤다고 생각하기 어렵죠.

이런 빛을 보고 누구나 같은 종교적 감정을 느껴야 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웅장해서 감동적이다’라는 말보다, 가까운 기둥과 먼 천장의 색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보는 편이 더 재미있습니다. 종교적 상징을 다 알지 못해도 눈으로 따라갈 만한 변화가 충분히 있으니까요.

바깥의 두 얼굴은 일부러 비슷하게 만들지 않았다

탄생 파사드는 인물과 동식물 장식이 빽빽하고, 수난 파사드는 각진 인물과 거친 표정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예수의 탄생을 다루는 쪽과 수난을 다루는 쪽이 서로 다른 분위기를 갖습니다. 탄생 파사드 공사는 가우디가 작업하던 1891년에 시작됐고, 수난 파사드의 조각군은 1986년 의뢰를 받은 조제프 마리아 수비라크스(Josep Maria Subirachs)가 작업했습니다. 두 면의 차이에는 표현하려는 내용뿐 아니라 작업한 사람과 시대의 차이도 있습니다. 공식 연혁의 파사드 공사·조각 기록

늦은 햇빛이 비치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수난 파사드의 각진 인물 조각과 십자가
수난 파사드의 조각군. 수비라크스가 작업한 인물들의 각진 윤곽을 볼 수 있다. 2012-11-30 촬영 · 사진: Mstyslav Chernov · Wikimedia Commons · CC BY-SA 3.0 · 크롭·WebP 최적화

솔직히 제 취향에는 탄생 파사드의 촘촘한 장식이 조금 과하게 느껴집니다. 가까운 사진에서는 무엇부터 봐야 할지 시선이 흩어지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수난 파사드는 윤곽이 강해서 인물의 자세가 비교적 빨리 눈에 들어옵니다. 세부를 오래 찾는 재미와 한눈에 읽히는 힘 중 무엇을 좋아하느냐에 따라 선호가 꽤 갈릴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두 면을 같은 조각 방식으로 맞추는 게 더 낫다고 단정하기도 어렵습니다. 여러 세대가 만든 건물이라는 사실을 알고 나면, 서로 다른 손길이 남은 모습에도 납득할 구석이 있습니다. 다만 하나의 건물에서 매끈한 통일감을 기대한다면 이 차이가 거슬릴 수 있겠죠. 그런 불편까지 이야기해야 칭찬만 늘어놓는 소개에서 조금 벗어날 수 있습니다.

지금의 성당을 가우디 혼자 만든 작품이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1882년 첫 돌을 놓았을 때의 설계자는 프란시스코 데 파울라 델 비야르였습니다. 가우디가 프로젝트를 맡은 건 이듬해인 1883년이었죠. 그가 사망한 1926년 이후에도 공사는 이어졌지만, 1936년 스페인 내전 중 도면과 사진이 불타고 석고 모형이 파손됐습니다. 후속 작업은 남은 자료와 이미 출판된 도면·사진을 바탕으로 복원한 자료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1882~1939년 공식 기록

이 대목에서는 ‘설계도대로 지으면 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잠깐 멈추게 됩니다. 남은 자료가 불완전하다면 서로 맞지 않는 부분을 어떻게 해석할지, 실제 부재를 어떻게 만들지 누군가는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 결정도 설계의 일부겠죠. 완성된 모양 뒤에 후대 건축가와 기술자, 장인의 선택이 있다는 사실을 빼면 설명이 너무 간단해집니다.

최근 중앙 탑 공사에는 석재와 강철을 결합한 패널을 외부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이 쓰였습니다. 19세기 작업장에 오늘의 공사 현장을 그대로 겹쳐 놓을 수는 없는 셈입니다. 중앙 탑의 패널 제작·조립에 관한 공식 설명

‘가우디의 뜻을 얼마나 정확히 재현했나’만큼 ‘남겨진 것을 어떻게 책임 있게 이어 갔나’가 궁금합니다. 원형을 존중하면서도 지금 만들 수 있는 방식과 안전을 함께 판단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새 기술을 썼다고 곧바로 가우디와 멀어졌다고 보기도, 모든 결정을 가우디의 의도였다고 돌리기도 어렵습니다. 남은 기록으로 확인되는 부분과 후대의 해석이 필요한 부분을 나눠 설명하는 태도가 더 믿음직합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완공, 2026년에 끝난 것과 남은 것

2026년 9월 7일 확인 기준, 성당 전체가 완공된 상태는 아닙니다. 공식 발표에 따르면 2026년 2월 20일 중앙 예수 그리스도 탑의 십자가 최상부가 설치되면서 높이 172.5m인 이 탑의 외관 공사가 완료됐습니다. 탑의 내부 작업은 2027~2028년에도 이어질 예정이라고 안내했습니다. 이것을 성당 전체의 완공과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면 안 됩니다. 2026년 2월 20일 공식 발표

7월 24일의 공식 공사 소식에서도 중앙 크레인의 높이를 낮추고, 앞으로 영광 파사드 쪽 탑 공사를 주로 지원한다고 설명합니다. 높은 탑의 외형이 갖춰진 뒤에도 다른 구역의 작업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이 글에서는 성당 전체의 완공 연도를 임의로 적지 않습니다. 2026년 7월 24일 공사 진행 소식

글 맨 위의 외관 사진은 2023년에 촬영된 기록 사진입니다. 아직 올라가지 않은 부분이 있으므로 현재 탑의 모습을 확인하는 사진으로 쓰지는 않았습니다. 최신 외관은 위 공식 발표의 현장 사진을 함께 보세요.

완공 여부만으로 이 건물을 평가하면 실내에서 벌어지는 일을 놓치기 쉽습니다. 탑이 더 높아졌다는 소식도 흥미롭지만, 기둥이 어디서 갈라지고 빛이 어느 면에 닿는지는 지금 사진과 도면으로도 충분히 따져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를 한 장면만 골라 다시 본다면 천장 바로 아래에서 가지와 창이 만나는 부분을 고르겠습니다. 멀리서 본 거대한 탑보다 그 자리가 더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방문을 계획한다면 성당 공식 홈페이지에서 당일 관람 조건과 운영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 이 글은 현장 방문기가 아닌, 공개 사진·도면과 성당의 공식 기록을 바탕으로 작성한 건축 해설입니다.

사그라다 파밀리아, 아키픽 쇼츠로 이어 보기

아키픽 영상에서는 ‘가우디는 왜 성당 안에 숲을 만들었을까?’라는 질문을 다룹니다. 영상에서 기둥의 가지를 따라 위로 올려다본 뒤, 실제 도면의 단면과 비교해 보세요.

유튜브에서 사그라다 파밀리아 쇼츠 보기 →

자료와 사진 출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