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닝 토르소를 보면 건물보다 몸을 비트는 사람이 먼저 떠오릅니다. 그런데 이 독특한 실루엣 안에는 매일 침대를 정리하고 식탁에 앉는 집이 들어 있습니다. 사진에서는 시원하게 돌아가는 외벽도, 가구를 놓을 때는 조금 까다로운 조건이 되겠죠. 산티아고 칼라트라바가 만든 이 아파트는 멀리서 본 모양과 안에서 쓰는 평면을 함께 볼 때 더 재미있습니다.
Santiago Calatrava
베스트라 함넨
주거·업무 복합 타워
아래에서 위까지 90° 회전
돌아가는 것은 건물의 방향입니다
터닝 토르소(Turning Torso)는 스웨덴 말뫼의 서부 항만 지역, 베스트라 함넨(Västra Hamnen)에 있습니다. 2005년 완공됐으며 높이는 190m, 층수는 54층입니다. 아래에서 위까지 누적되는 회전각은 90도. 이 숫자는 건물 각 부분이 놓인 방향의 차이를 말합니다. 전망대처럼 건물 자체가 계속 회전하는 장치는 아닙니다. HSB 공식 기본 정보 · HSB의 90도 회전 설명
칼라트라바 사무소는 이 형태가 건축가 자신의 인체 조각 연구에서 출발했다고 설명합니다. 축 주위로 덩어리를 돌려 쌓는 생각을 건물로 옮긴 것이죠. 실제 타워는 삼각형으로 뻗은 부분이 있는 아홉 개의 상자형 덩어리로 구성됩니다. 설계자의 프로젝트 설명

저는 매끈한 한 줄의 곡선보다 덩어리 사이의 틈이 더 좋습니다. 회전이 몇 번의 마디로 나뉘어 보이기 때문에, 눈으로 형태를 따라갈 수 있거든요. 비틀림이 강해도 어디서 한 덩어리가 끝나고 다음 덩어리가 시작되는지는 놓치지 않게 해줍니다.
창도 건물의 인상을 붙잡아 줍니다. 거대한 조각처럼 보이는 외관에 작은 사각 창들이 반복되니, 그 안에 여러 층의 생활이 있다는 사실을 잊기 어렵습니다. 멀리서는 몸의 움직임, 가까이서는 방의 크기. 두 가지 눈금이 한 건물에 겹쳐 있는 점이 매력적입니다.
비틀린 외벽 뒤에는 곧게 선 중심이 있습니다
주요 하중을 받는 구조는 원형 철근콘크리트 코어입니다. 코어는 엘리베이터와 계단이 모인 중심부로, 층이 회전하는 기준점과 중심이 일치합니다. 바깥에는 강철로 만든 척추 같은 트러스가 놓이고, 대각선·수평 부재가 건물과 연결됩니다. 코어와 외부 철골의 구조 설명

사진 오른쪽의 가느다란 선들은 흰 덩어리의 바깥 윤곽과 따로 움직입니다. 덕분에 닫힌 벽만 볼 때보다 건물이 어떻게 묶여 있는지 짐작할 여지가 생깁니다. 구조를 전부 이해하지 않아도 관찰할 손잡이가 남는 셈입니다. 다만 바깥 철골만으로 타워 전체가 서 있다고 읽으면 가운데 콘크리트의 역할을 놓치게 됩니다.
설계자 설명에서 또 눈에 들어오는 것은 평평한 유리창과 굽은 알루미늄 패널의 조합입니다. 건물의 큰 윤곽은 휘어 보여도 모든 재료가 같은 방식으로 구부러진 것은 아니죠. 전체 모습과 부품의 모양을 나눠 보면 복잡해 보이던 외관도 조금씩 읽힙니다. 외장재 구성
평면을 보면 소파를 어디에 놓을지 고민하게 됩니다
운영사 HSB의 현재 안내에는 상부 일곱 덩어리에 148세대의 임대주택이 있다고 나옵니다. 주택 면적은 45~190㎡이며 평면 유형은 33가지입니다. 초기 설계 자료에는 147세대로 적힌 경우가 있어, 이 글의 세대수는 현재 운영사 안내를 따랐습니다. HSB 주택 평면 안내
공식 페이지의 92~97㎡ 예시 평면을 보면 중심부 쪽은 곡선으로 잘려 있고, 바깥쪽 벽은 여러 방향으로 꺾입니다. 그 사이에 거실·식사 공간과 침실이 놓입니다. 욕실과 주방은 중심부에 가까운 쪽으로 모이고, 거실은 창이 있는 외곽을 차지합니다. 이 배치는 설계자의 주거층 설명과도 연결됩니다. 주거층과 설비 공간의 배치
이 평면의 매력은 거실에서 시선이 한쪽 벽에만 묶이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꺾인 창가를 따라 서로 다른 방향을 볼 수 있으니까요. 반면 직사각형 수납장이나 긴 소파를 벽에 바짝 붙이려면 애매한 모서리가 생길 수 있습니다. 사진에서는 역동적인 선이 생활에서는 가구의 크기를 한 번 더 재게 만드는 조건이 됩니다.
그래서 이 집의 편리함을 비틀린 외관만으로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저는 이곳에 살 집을 고른다면 조망 사진 다음에 평면부터 펼쳐볼 것 같습니다. 같은 타워 안에서도 방의 크기와 꺾이는 각도가 다르니, ‘유명한 건물에 산다’는 만족과 ‘내 가구가 잘 들어간다’는 편안함은 따로 확인해야 하거든요.
도시의 얼굴이 됐지만, 도시를 혼자 바꾸지는 않았습니다
말뫼시는 서부 항만의 변화를 2001년 Bo01 주택박람회에서 시작된 장기적인 도시 전환으로 설명합니다. 산업 지역을 주거·업무·교육 등이 섞인 동네로 바꾸는 과정입니다. 터닝 토르소가 완공된 2005년보다 먼저 주변 동네의 변화가 시작된 것이죠. 말뫼시의 서부 항만 재생 설명
글 첫 사진에서 낮은 건물들과 타워를 함께 보면 이 차이가 드러납니다. 높은 건물 하나는 멀리서 방향을 알려주지만, 사람들이 걷고 머무는 높이에는 여러 집과 길이 있습니다. 타워가 시선을 끄는 힘은 분명합니다. 그렇다고 도시의 변화를 전부 그 건물의 성과로 돌리면, 발밑에서 동네를 만든 작업이 가려진다는 점은 아쉽습니다.
사업 과정에서는 비용 부담도 크게 불어났는데요. HSB는 2025년 20주년 보도자료에서 건설비가 당초 예상의 약 세 배가 됐고, 조합 소유권 주택으로 계획했던 주거를 임대주택으로 전환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름난 건축의 완공 사진만으로는 보이지 않는 대목입니다. HSB의 20주년 회고
터닝 토르소는 형태만으로 도시를 기억하게 만드는 데 강한 건물입니다. 하지만 좋은 실루엣이 사업비와 주거의 쓰임까지 저절로 해결해주지는 않습니다. 비틀린 선을 좋아할수록 그 안의 평면과 운영을 같이 봐야 평가가 더 설득력 있어집니다.
밖에서 보는 타워, 안에서 살아가는 집
터닝 토르소는 주거와 업무 공간으로 쓰이는 건물입니다. HSB는 최상부 두 층을 회의·행사 공간으로 안내하고 있으며, 일반 방문은 별도의 공개 일정과 예약 조건을 확인해야 합니다. 상시 개방된 전망대라고 생각하고 찾아가면 곤란하겠죠. 방문·운영 공식 안내
사진으로 건축을 읽는다면 전경과 상부 철골, 주택 평면을 차례로 비교해 보세요. 하나는 회전의 전체 모습을, 하나는 그것을 묶는 선을, 마지막 하나는 사람이 쓸 방을 보여줍니다. 그 세 장면이 이어질 때 ‘90도 비틀었다’는 숫자가 구체적인 건축으로 다가옵니다. 터닝 토르소에서 오래 볼 만한 부분은 바로 그 연결입니다.
아키픽 쇼츠로 터닝 토르소 보기
영상에는 AI 제작 고지가 있으며 실제 건물의 세부 모습과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본문에는 실제 사진을 사용하고 설계자·운영사·말뫼시 자료를 대조했습니다. 도시 재생은 타워 한 동의 성과로 단정하지 않고 주변 지역의 장기 변화와 함께 설명했습니다.
자료와 출처
- Santiago Calatrava — Turning Torso: 조각에서 출발한 형태, 아홉 덩어리, 코어와 철골, 외장재와 주거층 배치.
- HSB — Turning Torso 공식 안내: 높이·층수·용도 및 방문 안내.
- HSB — Planlösningar: 현재 세대수, 면적, 평면 유형과 실제 주택 도면.
- HSB — Turning Torso, Miljöbyggnad iDrift Silver: 90도 비틀림 설명.
- HSB — 20주년 보도자료, 2025.06.19: 2005년 완공, 사업비 증가와 임대 전환, 운영 현황.
- Malmö stad — Western Harbour: Bo01 이후 항만 지역의 도시 전환.
자료 확인: 2026년 10월 2일. 현재 세대수는 HSB 안내를 기준으로 적었으며, 방문 일정은 공식 운영 공지를 확인하세요. 사진 출처와 라이선스는 각 이미지 아래에 표시했습니다.